마이다스카지노 - 필리핀서 도박하다 납치되는 한국인들… 배후엔 중국인 사채업자가 있다는데 - 마이다스카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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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한국인 정모(39)씨는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팬퍼시픽 호텔 카지노에서 중국인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60만페소(약 1300만원)를 모두 잃었다. 정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돈을 빌려준 공모(28)씨는 공범 10명과 함께 정씨를 납치해 감금하고 정씨 손발이 묶인 사진을 정씨 가족에게 보내 400만페소(약 8600만원)를 요구했다. 열흘 동안 감금됐던 정씨는 감시 소홀을 틈타 탈출,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에 신고했고 현지 경찰이 공씨를 검거했다. 공씨는 정씨가 도박을 했던 호텔 카지노 직원이었다.
최근 들어 필리핀 카지노에서 도박하던 한국인이 납치·감금되는 사건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대사관에 접수된 중국 사채업자에 의한 납치·감금 사건은 총 16건이다. 지난해 1건, 2015년에는 한 건도 없었던 사건이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 지난 9월에는 중국 사채업자에게서 도박 자금 1500만원을 빌렸던 30대 한국인 여성이 납치돼 일주일 만에 풀려났다. 사채업자들은 이 여성 옷을 벗기고 삭발하고 사진을 찍어 한국에 있는 가족으로부터 돈을 받아냈다.

대사관과 교민 사회는 필리핀 내 중국인과 중국 관광객이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 사채업자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리핀 한인총연합회 신성호 부회장은 "최근 2~3년 사이 관광객을 비롯한 중국인이 많이 늘면서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왔다"며 "메트로 마닐라에 새로 들어선 대형 카지노에 투자했거나 그곳에서 도박하는 중국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주필리핀 이수복 경찰영사도 "예전에는 한국 사채업자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더 큰 손인 중국인 전주(錢主)에게 흡수당하고 그 밑에서 에이전트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사관에 따르면 중국 사채업자들은 카지노 직원으로 일했던 공씨처럼 카지노 주변 곳곳에 에이전트를 심어두고 먹잇감을 찾는다. 에이전트는 도박하러 온 한국인과 중국인 모두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조선족을 많이 고용한다. 카지노에서 돈을 탕진한 사람을 찾아 도박 자금을 빌려주는데 보통 일주일 상환 조건으로 현금이 아닌 카지노 칩으로 빌려주고 일주일 만에 원금과 20％ 이자를 받는다. 빌린 돈으로 바로 도박을 하게 만들고 도망 못 가게 여권을 담보로 잡는다. 돈을 갚지 못하면 납치해서 한국에 있는 가족으로부터 돈을 받는다. 원금과 이자를 합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건 예삿일이다. 대사관은 도박죄 처벌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한 경우를 포함하면 납치·감금 사건이 더 많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원정 도박꾼들이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채업자 돈을 갚지 않고 한국으로 도망치는 '먹튀'도 있다. 사채업자가 독촉하면 대사관에 납치나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다. 신고받은 대사관과 현지 경찰이 출동하면 사채업자로부터 여권을 돌려받아 한국으로 돌아간다. 불법으로 돈을 빌려줬던 중국 사채업자들이 가진 차용증은 무용지물이 된다.

중국 사채업자와 짜고 연기를 하거나 자작극을 벌이는 도박꾼들도 있다. 가족 몰래 필리핀에서 도박으로 큰돈을 잃었거나 잦은 도박 때문에 이미 가족과 사이가 나쁜 이들이다. 사채업자와 납치된 상황을 연출하고 가족으로부터 실제 빌린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 빚을 갚고 나머지는 다시 도박에 쓴다. 도박 사실 자체를 숨기려고 장기 밀매업자에게 납치당했다며 한국에 있는 가족을 속이기도 한다. 이수복 영사는 "한국에 있는 가족 신고를 받아 현지 경찰과 함께 추적해 보면 카지노 딸린 호텔에서 편하게 잘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자작극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경찰 오는 소리에 사채업자들이 방금 도망쳤다'고 둘러댄다"고 말했다.
중국 사채업자와 원정 도박꾼이 벌이는 사건·사고 피해는 대사관과 교민 사회로 돌아가고 있다. 납치·감금에서 구출된 한국인들은 국내에서 도박죄로 처벌받을까 봐 기록이 남는 현지 고소를 하지 않고 바로 귀국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외교부 재외국민보호과도 "현지 경찰 사이에서 '한국 원정 도박꾼들이 경찰 공권력을 부당하게 쓴다'는 불만이 많다"며 "필리핀 경찰도 이제 비슷한 신고가 들어와도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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