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서귀포시 안덕면의 복합 리조트 제주신화월드. 아침 식사 시간임에도 리조트 중앙부에 있는 5581㎡(약 1700평) 외국인 전용 카지노엔 입장객들로 북적였다. 카지노 한쪽에 별도로 마련된 VIP룸에선 대만·홍콩에서 온 고객들이 게임에 열중했다. 최소 배팅 금액이 우리 돈 50만원이다.
지난 2월 말 문을 연 이 카지노는 올해 상반기 369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제주도 내 8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전체 매출이 1365억원인데 신화월드는 불과 4개월 만에 3배에 달하는 매출을 낸 것이다. 같은 기간 국내 최대 규모(8727㎡) 외국인 카지노 파라다이스시티(인천) 매출의 5배 이상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매출의 10%를 관광진흥기금으로 낸다. 지난해 136억5000만원의 관광진흥기금을 걷은 제주특별자치도는 신화월드카지노의 매출 고공 행진 덕에 올해 898억원의 세금을 더 거둘 전망이다. 이는 올해 제주도 지방세 징수 목표액(1조3990억원)의 6.4%에 달한다.

◇카지노·면세점·테마파크를 한곳에…
신화월드카지노의 국적별 고객 분포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움츠러든 국내 관광업계에 카지노를 앞세운 복합 리조트 신화월드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신화월드는 지난 2014년부터 홍콩계 기업 란딩인터내셔널이 약 2조원을 투자해 건립 중인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 리조트다. 복합 리조트란 숙박 시설에 카지노·컨벤션센터·쇼핑몰 등이 합쳐진 리조트를 뜻한다. 지난해 4월부터 테마파크·카지노·면세점·워터파크·한류공연장 등이 순차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전체 규모가 여의도 면적의 85%에 달한다. 사드 보복 이후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했지만, 이곳은 사정이 달랐다. 신화월드 측은 "올해 상반기 35만명의 외국인이 투숙했고, 이 중 11만5000여 명이 카지노에 방문했다"고 밝혔다.
◇'VIP 전략'으로 부가가치 높이고, '탈중국' 전략으로 시장 다각화

VIP 회원은 등급에 따라 무료 항공·숙박권은 물론 공항에서 리조트까지 고급 리무진 픽업 서비스도 누린다. 중국인 고객 비중을 50%대로 낮춘 것도 도움이 됐다. 싱가포르·마카오·마닐라 등 아시아권 카지노의 중국인 비중은 90% 수준이다. 지난해 4월 첫 부분 개장을 앞두고 터진 사드 사태로 중국인 방한 관광객이 급감했다. 세레나 응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대만·일본·홍콩·마카오에서 손님을 찾아올 VIP팀을 조직하고, 북경어보단 광둥어·대만어를 구사하는 직원을 추가 채용했다"고 했다.
◇"복합 리조트 법안 통과시킨 일본… 한국도 복합 리조트 적극 활용해야"
한류와 쇼핑을 제외하면 관광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은 한국에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을 유인하려면 복합리조트를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0년 복합 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를 건립한 싱가포르의 경우 2009년 968만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1640만명으로 69% 증가했다. 관광업계는 연매출 약 70억달러(약 8조원) 규모의 복합 리조트 덕에 싱가포르 GDP(국내총생산)가 최근 5년간 1.5% 가까이 오른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도 최근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카지노 복합 리조트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전에 2~3곳의 복합 리조트를 건립한다는 목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도 복합카지노리조트단지를 조성 중이다.
이기종 경희대 교수는 "카지노를 도박장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며 "복합 리조트가 관광산업은 물론 내수 진작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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