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마카티에서부터 몰 오브 아시아, 말라떼까지 마닐라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는 내게 동네 아저씨가 새로 사진을 찍으려고 돌아다니는 것이냐고 물어왔다. 일전에 내가 외장하드가 고장 나서 찍어둔 사진 파일을 모두 잃어버렸다고 투덜댄 일을 기억하는 것이다. 대체 그 일을 어떻게 기억해주는 것일까, 그 마음이 고맙기도 하여 매우 상냥한 목소리로 마닐라를 처음 보는 마음으로 새로 사진을 찍고 다니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하긴,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한참이나 돌아다닌 탓에 마음이 매우 좋았으니 누가 옆에서 뭐라고 해도 산뜻한 마음으로 대답이 가능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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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새삼스럽게 마닐라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장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사진을 찍은 곳은 다름 아닌 시티오브드림 건물이었다. 비나투어 소장님에게 빵값을 받아먹고 살고 있는데, 비나투어에서 가장 많이 판매하는 주력 상품이 바로 시티오브드림의 하얏트호텔과 노부호텔 등이었으니 사진이 많이 필요하기도 했다. 하긴, 대체 누가 마닐라 호텔을 예약하면서 사진 한 장 없이 테스트 한 줄로 된 글을 읽으려고 하겠는가. 그러니까 "비나투어에서는 마닐라의 하얏트호텔과 노부호텔을 1박에 6천 페소라는 좋은 가격에 예약할 수 있습니다"라는 글을 블로그에 써보려면 사진이라도 한 장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진 파일을 가지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과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휩싸여 카지노 건물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사거리에 한참이나 서서 사진을 찍었다. 자동차 없이 건물만 보이는 사진을 찍고 싶어 신호등이 바뀌기만을 기다렸다가 욕심스럽게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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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마닐라 시티오브드림 카지노. 이곳에 하얏트호텔과 노부호텔, 그리고 누와호텔 세 곳이 머리를 맡대고 있다. 하얏트호텔과 노부호텔은 1박에 6천 페소로 가격이 같고, 누와호텔은 7,960페소로 좀 더 비싸다.
시티오브드림에서 일하는 가드인지 아니면 동네 경찰인지 헷갈리게끔 애매한 제복을 입은 아저씨가 내게 와서 한 말은 사거리에서 사진 찍는 것이 금지라는 것이었다. 대체 어떤 근거로 사진 찍는 것이 금지라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이런 일도 누군가와 싸워보았자 내 손해이다. 목소리를 높여보았자 사진 파일을 지워야 할 뿐인 것이다. 괜히 괘씸죄에 걸리면 귀찮은 일을 겪을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카지노 밖에서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카지노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절대 금지였다. 그리하여, 나는 최대한 멍청한 얼굴을 하고 아저씨에게 시티오브드림 건물을 처음 봤는데 건물이 하도 어여뻐서 사진을 찍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건물이 금색으로 반짝여서 매우 놀랐지만 진짜 금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고 농담을 한 뒤 사진을 지워야만 하는지 물었더니 아저씨 왈, 여행 온 것이라면 이번만은 특별히 봐주겠다나. 여행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니 지우지 않고 그냥 가도 좋다는 아저씨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잽싸게 자전거에 올라 자리를 떴다.
카지노안에서는 사진이 금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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